1. 넷플릭스가 애정하는 감독, 연상호
영화 정이는 연상호 감독의 작품입니다. 우리에게는 천만 관객을 이끈 ‘부산행’으로 이미 유명합니다. 이후 ‘염력’, ‘반도’ 등의 영화를 선보였으나 데뷔작인 ‘부산행’만큼의 성적은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연상호 감독 특유의 염세적고 사회비판적인 독특한 시선은 넷플릭스의 레이더에 꽂혔습니다. 2021년 연상호 감독은 ‘지옥’이라는 드라마를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였고, ‘지옥’은 ‘오징어 게임’ 이후 그 다음으로 세계적인 관심과 흥행을 이끌어냅니다. 이후 넷플릭스가 K-콘텐츠에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건 당연한 수순이 된 것입니다. 넷플리스는 매 해 오리지널 한국 영화를 평균 5편 정도 선보이고 있는데, 정이는 올해 오리지날 영화 중 첫번째가 되겠습니다.
2. 정이의 전체적인 줄거리
먼 미래 한정된 삶의 터전과 자원을 두고 전쟁 중인 세계, 전투 AI를 개발하는 회사 크로노이드에서는 AI 테스트에 한창입니다. 군 장성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 당일날까지도 실험을 계속하지만 주어진 탈출 시뮬레이션 상태에서 미션을 완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군 장성들에게 성공할 것이라고 팀장은 일침을 가합니다. 팀장 윤서현은, 전투 AI 정이 프로젝트의 실제 담당자이며, 프로젝트의 모티브가 된 용병 윤정이의 딸입니다. 어렸을 적 폐암이 있었을 때 수술비를 위해 윤정이는 임무를 나갔다 탈출하지 못하고 큰 부상을 당해 식물인간이 되었습니다. 크로노이드 회사는 그녀의 뇌 데이터를 받는 대신 치료비와 양육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제안을 하였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 것입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식물인간으로 의료형 캡슐에 누워있고, 팀장은 다시 뇌가 전이되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태입니다. 다음 날, 다시 실험이 시작되는데 이번에는 부상을 입힌 채로 실험하게 됩니다. 초반에는 AI의 전투 의지가 꺾이는 듯 했으나 갑자기 다른 힘이 솟아나는 듯 전투를 이어 했으나 금방 사살되고 맙니다. 새롭게 나타난 뇌파에 연구는 다시 속도에 박차를 가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생각지 못한 상황으로 변해갑니다.…
3. 정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
이 영화는 SF의 옷을 입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엄마와 딸에 대한 신파입니다. 딸이 어렸을 적 엄마는 수술비를 벌기 위해 위험한 전쟁터로 나갔고, 어른이 된 딸은 엄마를 살리기 위해 자신만의 길을 갑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를 보고 나면 굳이 이 스토리에 배경을 SF로 했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큰 이야기는 엄마와 딸의 유대감과 거기서 오는 신파극이지만, 소소한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뇌를 복제하여 새로운 몸에 넣으면 그것이 과연 영생인가, 사람의 데이터로 만든 로봇은 과연 어떻게 이용해도 윤리적인가 하는 등의 의문을 주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SF를 단지 배경으로만 사용하다 보니 실제 SF 팬들은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연구원들이 직접적으로 연구에 대한 대화를 하기보다 상급자가 지시하면 지시를 이행하는 수준이라 연구원보다 조직의 부하직원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오히려 프로젝트를 성공하려고 변주를 주는 사람은 상급자인 소장 뿐 이었습니다. 주인공인 팀장은 팀에 어울리는 멤버가 아니라 그냥 참관인으로 보였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제 개인의 의견으로는, SF액션영화이길 바랐으나 제대로 된 SF영화가 아직은 한국에서 나오려면 많이 멀었나 봅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을 하나 꼽으라면, 정이 역의 김현주 님입니다. 대사는 그다지 많지 않고 주로 액션 역할인데 드라마와는 달리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전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서 연상호 감독과 한 번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아마도 어느 정도는 연상호 감독의 ‘뮤즈’의 역할이 되신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4. 고 강수연 님을 추모하며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 영화는 고 강수연 님(이하 강수연 님)의 유작이 되었습니다. 강수연 님은 아역 배우로 시작, 하이틴 스타로도 유명했고, 성인 연기로는 1985년 ‘고래사냥 2’로 그 시작을 알렸습니다. 주로 영화계에서 활동하던 강수연 님은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는 등의 쾌거를 이루어 언론에서는 항상 앞에 ‘월드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입니다. 오래된 대배우이지만 우리에게도 충분히 친숙한 이유는 SBS드라마 여인천하 때문입니다. 여인천하란 드라마가 오프닝 음악부터 엔딩의 클로즈업, 그리고 특유의 유행어까지 남길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그 안에서 정난정으로 분하여 강렬한 연기를 했던 모습과 회차가 끝날 때마다 클로즈업되는 얼굴이 아주 인상깊었지요.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큰 발자국을 남기신 강수연 님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영화 리뷰 및 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접속, 1997년에도 랜덤 채팅이 있었답니다. (0) | 2023.02.16 |
---|---|
왓 이프…? 만약…? What if…? 물음표가 주는 새로운 마블 우주 (0) | 2023.01.31 |
원더우먼 1984, 전편의 장점은 어디로 사라진건가 (0) | 2023.01.26 |
원더우먼 1편, 코믹스 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 히어로 (0) | 2023.01.23 |
연휴를 마무리하는 월 화에 볼 설 특선 영화 (0) | 2023.01.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