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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및 추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모든 게 모든 곳에서 한 번에

by 블루링스 2023.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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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 2022

※ 영화 초반의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망해가는 세탁소 사장인 내가 이세계에서는 유일한 희망? 

아버지의 생신 날, 에블린은 정신이 없습니다. 넓은 테이블에는 아침 식사 대신 영수증과 서류만 잔뜩 있습니다. 오늘은 국세청에 들러 영수증을 제출하고 세무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남편 웨이먼드는 뭐가 급한지 아이처럼 자신을 보채기만 합니다. 영어가 약한 자신을 위해 통역해 줄 딸은 여자친구와 같이 나타나서 불편하기만 합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세탁소의 단골들에게 생일 파티에 오라고 초대도 해야 합니다. 몸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존하는 아버지 아침 식사도 챙겨드려야 합니다. 에블린은 아버지에게 딸의 여자친구를 좋은 친구라고 에둘러 소개하고, 딸은 거기에 또 맘이 상해 여자 친구와 함께 도망가 버립니다. 

 

통역해 줄 딸 없이 에블린은 남편과 아버지를 이끌고 국세청으로 갑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도중, 갑자기 웨이먼드가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 양산으로 CCTV를 가리고 에블린의 귀에는 이어폰 같은 것을 끼우고 이혼 서류 뒷장에 이것저것 정신없이 적어줍니다. 그리고 뭔가 알 수 없는 장치를 작동시킨 순간 에블린의 눈에는 본인의 출생, 첫 만남, 아버지의 반대, 세탁소 개업, 딸의 탄생까지 자신의 인생이 주마등보다 더 빨리 지나가 버립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순간 웨이먼드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에블린은 담당자 디어드리에게 비용 처리에 대한 트집을 듣습니다.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지만 영어가 약한 에블린은 잘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마침 웨이먼드가 적어준 행동대로 하고 이어폰을 누르자 어느새 청소도구함으로 이동해 버리게 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낯선 웨이먼드가 에블린에게 상황을 설명해 줍니다. 임시 우주, 다중 우주, 우주의 위협 등... 하지만 에블린은 디어드리의 잔소리와 웨이먼드의 설명에 혼란해합니다. 이때, 청소도구함의 문을 부수고 이마에 검은 원을 그린 디어드리가 낯선 웨이먼드를 죽이고 에블린에게 쇠파이프를 들이댑니다. 에블린은 쇠파이프를 맞고 순식간에 세무조사를 받던 세계로 돌아옵니다. 

 

세무조사를 받는 세계에서는 다행히도 오늘 저녁 6시까지 다시 제출하는 것으로 시간을 벌었습니다. 에블린은 웨이먼드가 이상하게 보이고 웨이먼드는 오히려 에블린이 이상하게 보입니다. 서로 왜 이상하게 구냐며 티격태격하는 사이 갑자기 저 멀리서 담당자 디어드리고 무서운 표정으로 다가옵니다. 쇠파이프를 맞은 게 생각났던 에블린은 냅다 디어드리를 주먹으로 갈기고, 저 여자가 덤벼들길래 맞선 것이라고 변명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두고 간 집을 돌려주러 온 것뿐이었습니다. 디어드리는 분노하고 경비원들이 들이닥칩니다. 그때, 다시 낯선 웨이먼드가 나타나서 경비병을 처리하고 에블린을 데리고 도망갑니다. 다른 세계든 지금 세계든 결국 주변은 에블린의 적들 뿐이고 에블린은 이 위기를 어떻게든 타개해 나가야 합니다. 

남편 웨이먼드는 안경을 벗을 때마다 사람이 바뀐다. (사진 : IMDb)
국내에서 제작한 패러디 포스터. 영화 중간의 화양연화 같은 분위기가 생각보다 아름다웠습니다.

모든 것이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이제는 성공과 영광이 한꺼번에 

영화의 표면은 말 그대로 B급입니다. 약간 쌈마이하면서도 병맛같은 화면을 보면 자칫 '이게 과연 영화가 진지하게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게 맞나' 싶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면 이야기가 진지해도 이렇게 진지할 수 없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거기에 80년대 홍콩 영화를 생각나게 하는 장면들은 요즘 영화와는 다른 분위기를 이끌어냅니다.  

 

이 영화가 자칫 장난이거나 농담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역의 양자경 님, 웨이먼드 역의 키호이콴 님, 그리고 딸 역의 스테파니 수 님, 이 세 가족을 연기한 배우들의 합과 연기력이 엄청납니다. 양자경 님은 워낙에 유명한 배우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가 첫 주연입니다. 키호이콴 님은 인디아나존스 2, 구니스를 통해 아역배우가 되었지만, 성인이 된 이후 배우 일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20여 년 만에 영화에 출연합니다. 할리우드 영화계에선 신인인 스테파니 수 님은 보석의 발견이라 칭할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줬고, 세무조사관 역의 제이미 리 커티스 마저도 몸을 아끼지 않은 열연을 보여줍니다.  

 

이런 열연을 한 배우들은 영화의 흥행과 함께 각종 영화제 수상이라는 보상도 함께 받았습니다. 이들은 제29회 미국 배우조합상,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종 연기 부문에 노미네이트될 뿐 아니라 수상까지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영화 인생 첫 주연한 여배우, 20년 만에 다시 꿈을 이룬 남배우, 그리고 기나긴 연기 생활 끝에 꿈의 상을 탄 여배우가 남기는 수상 소감은 하나같이 감동적인 드라마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품 자체도 호평을 받은 이 영화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 부문에 11개 노미네이트 되고 7개의 상을 휩쓸어가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이 영화는 자칫하면 장난스럽게 보이거나 정신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에블린과 그의 가족들 사이에서 돌고 있어서 그 흐름이 바깥으로 벗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우주 철학적으로 뻗어나가는가 싶으면 다시 현실의 이야기로 돌아오고 또 그 모든 이야기가 연결됩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울까봐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보편적이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기생충',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같이 아시안 배우 캐스팅으로 할리우드를 자극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현재는 스트리밍으로 Wavve와 아마존 프라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Btv로 대여해서 관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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