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살아가고 있나요?
봄기운이 무르익는 4월의 어느 날, 우리는 ‘장애인의 날’을 맞이합니다.
매년 4월 20일, 대한민국은 이 날을 통해 장애에 대한 인식을 되짚고, 장애인의 권리와 복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하지만 이 날을 단순히 ‘기념일’이나 ‘행사’로만 지나치기엔, 우리가 여전히 함께 풀어가야 할 질문들이 많습니다. 과연 우리는, ‘장애’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예전에 비해 우리 사회의 인식은 분명 변해왔습니다. 장애인식개선 교육은 의무화되었고,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장애를 지닌 인물이 더 이상 ‘불쌍한 존재’나 ‘영웅화된 캐릭터’로만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콘텐츠에서 장애는 점점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시선’은 존재합니다. 누군가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면 조용히 시선을 피하거나, 말을 건네야 할 상황에 오히려 얼어붙게 되는 일. 그것은 낯설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함께 살아본 경험이 적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안에 남아 있는 편견은, 종종 말이 아닌 ‘무심한 시선’으로 드러나곤 하죠.
접근성은 물리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장애인 접근성 하면, 휠체어 경사로나 점자블록, 수화 통역 같은 요소들을 떠올립니다. 그 모든 것이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접근성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이 스크린리더와 호환되지 않아 이용할 수 없다면? 음성 안내 없이 키오스크만 설치된 식당에선 메뉴 하나 고르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공간에 들어섰을 때 ‘나를 환영하는 사회’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면, 우리는 그 사회를 진정으로 함께 사는 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장애를 가진 이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몸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놓은 장벽들 때문입니다.
나는 과연 ‘함께 사는 사람’이었을까?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내가 누군가의 불편함을 외면한 적은 없었는지, 장애를 가진 친구, 동료, 혹은 낯선 이 앞에서 나는 평소와 같은 태도를 유지했는지. 혹시 ‘특별한 배려’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거리감을 만들고 있진 않았는지 말입니다. ‘장애’는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언제든, 예기치 않게 겪을 수 있는 삶의 한 형태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느냐가 중요해지겠죠.
기억하는 것을 넘어서 실천으로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이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낸다는 것은 단지 포스터를 보고, 캠페인을 공유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공간을 돌아보고, 일상에서 작은 실천을 시작해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엘리베이터 앞 점자표시를 손가락으로 더듬는 사람을 보면 조금 느리게 기다려주는 일, 공공장소에서 수어 통역 화면을 외면하지 않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를 ‘다른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 일. 그 작은 실천들이 우리를 ‘같이 사는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차이는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이 단순한 문장을 실천으로 바꾸는 하루, 그 시작이 오늘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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