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전은 요리사에게 불리하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밈 중 하나가 대학교 조별과제 밈입니다. 팀이 결성되고 팀장이 꾸려지면 아무리 팀원에게 파트를 나눠줘도 결국 모든 일은 팀장 혼자 하고, 결과는 나눠갖게 됩니다. 이런 경우 팀장이 폭주하여 팀이 폭파되는 식이죠. 다만, 팀장이 리더십이 뛰어나고 팀원이 조화롭게 협동하면 이야기는 달라지게 마련이죠. 우스갯소리지만, 완벽한 팀워크를 대학교 조별과제에서 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요리의 세계는 본래 조화로운 곳입니다. 전문 레스토랑 주방은 수직적 체계가 확실하게 되어 있어 누군가가 튀는 행동을 하거나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총괄 셰프부터 조리 보조까지 각 업무의 담당이 확실하고 리더 역시 그 위치가 확실합니다.
서바이벌에서도 팀전은 통하는가
여기서 ‘흑백요리사’는 돌을 던집니다. 레스토랑을 책임지는 셰프들을 모아놓고 팀전을 벌입니다. 취향과 능력에 따라 팀은 갈리지만, 여러 가지 의문점을 떠올리게 합니다. 누가 헤드 셰프를 할 것인가, 그리고 그 나머지는 헤드 셰프의 지시를 잘 따를 것인가, 만약 헤드의 리더십이 흔들린다 해도 팀원은 따라야 하는가 아니면 내 의견을 더 주장하여 내가 원하는 대로 리더를 설득시킬 것인가, 그리고 팀워크가 가장 좋은 팀은 어디인가, 그 팀의 요리가 맛있는가 아니면 팀워크는 좋지 않지만 결과물이 괜찮아 보이는 요리가 더 맛있는가. 시청자로서 다양한 관점으로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팀전의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흑셰프 팀과 백셰프 팀의 각 셰프들은 재료의 방에서 고기와 해산물 중 하나를 선택한다
- 고기를 선택한 인원이 한 팀, 해산물을 선택한 인원이 한 팀이 된다.
- 고기를 선택한 흑셰프 팀 vs 백셰프 팀, 해산물을 선택한 흑셰프 팀 vs 백셰프 팀 으로 나뉘어 대결한다.
- 심사는 기존 심사위원2명에 98명을 추가하여 100명이 심사를 한다.
- 각 팀은 심사위원이 맛 볼 수 있도록 100인분을 준비하며 제한시간은 200분이다.
심사위원들은 각 팀의 조리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최종적으로 맛을 봅니다. 기존 심사위원인 백종원 대표와 안성재 셰프는 조리과정을 더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지만 나머지 98명은 멀리서 조리하는 모습과 각 팀이 의견 조율하고 충돌하는 장면을 마치 CCTV 화면을 크게 보듯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이후 요리를 시식하게 됩니다. 평가의 기준은 무조건 맛 하나이지만, 맛이 우열을 가릴 수 없다면 일반 심사위원들은 맛 외의 요소들을 평가하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 다양한 가상 상황에서의 선택, 조리할 때 셰프들의 모습 등을 떠올리며 진지하게 심사를 결정합니다.
The Good Teamwork is Better
고기의 방을 선택한 흑팀과 백팀에서는 흑팀이 좋은 팀워크를 보여줬습니다. 반대로 생선의 방을 선택한 흑팀과 백팀 중에서는 백팀이 멋진 팀워크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승리는 팀워크가 좋은 팀이 가져갔습니다. 결과만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진 팀의 요리도 멋있고 맛있어 보였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시청 소감으로, 리소토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이나 죽의 서양식 버전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많다거나, 혹은 한식과 비한식이 나올 경우 한식이 선택하기 더 유리하거나 하는 요리의 고유성도 무시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리과정을 처음부터 모두 지켜보았기 때문에 불안해 보이는 팀의 요리는 결과도 불안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부분은 해산물을 선택한 백셰프 팀이었습니다. 앞의 대결에서 팀워크가 무너지면 안된다는 것을 확실히 배웠고, 팀 리더는 책임을 지고 전략을 짜서 팀원에게 임무 분배를 내리고, 팀원은 의심스럽더라도 일단 끝까지 따라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리더인 최현석 셰프가 전략적으로 재료를 차지하는 장면이거나, 재료가 모자라면 적 팀이어도 구걸하러 갈 수 있는 것, 그리고 팀원들이 의심이 들어도 확고하게 의견을 고수하고 팀원을 끌고 나가는 것, 초반의 계산이 잘못되었을 경우 당황하지 않고 다시 계산하는 것이 너무나도 보기 좋았습니다. 예전 JTBC에서 했었던 ‘냉장고를 부탁해’ 요리 대결 쇼를 했었던 그 감각이 절대 죽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어 반갑기도 했습니다.
팀워크가 좋았던 고기를 택한 흑셰프 팀도 좋았습니다. 상대였던 백셰프 팀과 공통점이 있다면 팀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는 유한 성격의 리더를 두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흑셰프 팀의 ‘오늘의 팀원’은 ‘철가방 요리사’이었습니다. 고기 위에 올릴 채소를 볶는 과정에서 계속 여러 번 조리하면서 팀에 피해가 가지 않게 잘해야겠다는 다짐이 멋있었스비다. 그리고 계속 새로 해보자는 제안에 귀찮거나 불편할 수도 있었는데 웃으면서 계속 새로 하고 팀장에게 피드백받는 부분도 겸손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감명 깊었습니다. 또한, ‘철가방 요리사’가 계속 시도할 수 있도록 재료를 무한으로 썰어 주는 ‘이모카세 1호’와 ‘급식대가‘ 이 두 분은 리더의 말 대로 ’메시’와 ‘호날두‘였습니다.
다음주를 기다리게 하는 예고
다음 주 화요일에는 패자부활전과 함께 TOP8의 대결이 남았습니다. 특히 8인 대결에서는 먹방으로 유명한 인플루언서들과 연예인들이 등장하니 보는 맛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엄청난 화제의 흑백요리사. 넷플릭스는 또 한 번 이슈를 만들었고, 한국은 먹히는 K예능을 또 하나 만들어 냈습니다.
사족
개성있는 몇몇 셰프 분들이 본인의 감정을 격하게 표현하거나 센 수위의 말을 하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작진은 셰프의 말의 의도를 살리고 싶었거나 혹은 악마의 편집으로 쇼의 자극도를 높이려고 한 것일 수 있습니다. 시청하셨던 누리꾼 모두들 모든 셰프 분들에게 좋은 글을 달아주셨으면 합니다. 맘에 안 들면 아무 것도 안남겨도 되지만, 악플만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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