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2025년 6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민 단속 반대 시위가 확산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은 한 장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1992년, LA폭동 당시 지붕 위에 올라 총을 든 한인 남성들의 모습이었고, 그는 “루프탑 코리안이 다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사진은 현재의 LA 사태와 맥락이 맞지도 않고, 오히려 현지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는 고통을 자극하는 사진일 뿐입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1992년 LA 폭동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 1992년 LA폭동, 그 불길은 왜 한인을 향했는가
폭동의 발단은 로드니 킹 사건이었습니다.
백인 경찰관들이 흑인 남성을 무차별 폭행했고, 이에 대해 배심원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초기 시위는 경찰서를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곧 한인 상점이 몰려 있는 지역으로 번졌습니다. 한인들은 직접적인 사건 당사자가 아니었지만, 미국 내에서 '이웃이지만 외부인'으로 여겨지는 위치에 있었고, 그 분노의 방향이 한인 커뮤니티로 향하게 된 것입니다.
무엇보다 경찰과 시 당국은 해당 지역을 철수하거나 방치하면서, 결국 한인들은 스스로를 지키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었던 상황에 놓였습니다.
🏠 지붕 위에서 지켜야 했던 것들
그 유명한 '지붕 위 한인들'은 전투를 하려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일터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든 자영업자들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이곳이 미국이 맞는가”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도움이 오지 않던 그 날, 이민 1세대들은 자신이 미국 시민으로서 보호받지 못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불안과 공포, 그리고 손 쓸 수 없었던 상실 속에서 그들은 침묵했고, 그 이후로도 대부분의 이들은 그 날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 밈처럼 소비되는 기억, ‘루프탑 코리안’이라는 말
최근 몇 년 사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루프탑 코리안'이라는 표현이 유행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총을 든 한인 남성의 사진은 강인함의 상징처럼 소비되고 있고, 그 맥락을 모른 채 “그들은 영웅이었다”, “다시 그들이 필요하다”는 식의 멘션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총기 규제에 대한 반박 논리로 사용하기 위해, 총기로 자신의 가족과 재산을 지키는 미국인다운 모습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당시의 고통과 구조적 외면, 그리고 인종적 긴장을 제거한 채 오직 '이미지'만 남긴 방식입니다. 그들은 무장 민병대가 아니었으며, 전투적 행동을 선택한 영웅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국가로부터 지켜지지 못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기억을 밈처럼 소비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일 수 있습니다. 또한 유색인종 이민자를 이용하여 다른 이민자를 상대하게 하는 무의식적인 인종차별도 들어가 있습니다.
마무리글
일부 백인들의 알 수 없는 오리엔탈리즘이 적용된 것일까요? 마치 엄청 강한 아시안계 이민자로 표현된 옛날 현장의 사진은 어떤 전설 같은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생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민자 공동체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역사의 기록은 마치 커뮤니티의 놀잇감처럼 밈으로 소비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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