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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이슈

일본 쌀 대란 2025, 그리고 한국산 쌀

by 블루링스 202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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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2025년 봄 일본에서는 1kg짜리 쌀 한 봉지가 1,000엔에 육박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평년보다 수확량이 적지 않았는데 왜 이런가요?"라는 소비자의 물음에, 정부는 비축미를 풀겠다고 했고, 일본농협(JA)은 유통을 준비 중이라 답했습니다. 그런데도 쌀은 여전히 소비자 앞에 놓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놀라운 뉴스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일본인이 한국산 쌀을 구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축미를 풀었는데, 왜 쌀은 없을까요?

일본 농림수산성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의 주식용 쌀 생산량은 약 679만 톤으로, 오히려 전년도보다 18만 톤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작황지수도 101로 평년 수준이었습니다. 게다가 2024년~2025년에 들어서면서 쌀 소비량도 10년 만에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수급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이상 기후와 더불어 유통 구조의 병목 현상이 쌀 시장에 전례 없는 충격을 안긴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25년 2월부터 약 21만 톤의 비축미를 세 차례에 걸쳐 방출했습니다. 이례적인 조치였으며, 쌀값 급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문제는 그 방출 방식이었습니다. 입찰제로 운영된 비축미 방출은 결과적으로 일본농협(JA) 전농이 전체 방출량의 약 94%를 독식하면서 왜곡된 시장 유통 구조를 그대로 노출시켰습니다.

 

JA의 유통 구조와 비판 여론

JA는 정부로부터 낙찰받은 쌀을 도정 및 포장한 뒤, 믿을 수 있는 유통업체에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운송비나 포장비를 포함해 낙찰가에 최소한의 비용만 더해 도매 혹은 외식업체에 넘긴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른 시일 내에 소비자 손에 닿을 것이라 주장했지만, 4월 중순 현재까지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매대에 쌀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최대 커뮤니티인 5ch(구 2ch)에서는 정부와 JA를 비판하는 게시물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할 일을 안 하고 있다", "JA는 쌀을 팔 생각이 없다", "비축이 아니라 사재기다" 같은 글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신은 단순히 이번 사태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2005년 아키타현 JA 전농이 자회사를 통해 쌀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사건이 발각되며, JA에 대한 구조적 불신은 이미 뿌리 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방출된 비축미는 1년 이내에 정부가 다시 환매할 수 있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즉, JA는 1년 안에 팔리지 않은 물량을 다시 정부에 넘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는 곧 유통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손해가 없다는 구조이기 때문에, 쌀이 실제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시간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골든위크가 오고 있습니다, 쌀 소비는 더 늘어납니다

일본의 골든위크는 매년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지는 대형 연휴입니다. 2025년의 경우,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가 본격적인 골든위크 주간으로, 가족 단위의 여행과 외식이 급증하는 시기입니다. 이는 곧 쌀 소비가 평시보다 더 증가한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골든위크 전에 쌀 가격이 일정 수준 안정되어야 실질적인 소비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2025년 4월 현재, 쌀 5kg 한 포대의 소매가는 전국 평균 4,217엔으로, 전년도 같은 시기의 약 2배에 달합니다. 일본 정부와 JA는 공급량을 늘려 가격 안정을 꾀하고 있지만, 유통망 병목 현상과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실제 소비자들이 가격 하락을 체감하는 시점은 골든위크 이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합니다.

소매점에 비축미가 도착한 비율이 0.3%에 불과하다는 통계는 이러한 예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습니다. 즉, 국민들은 여전히 고가의 쌀을 소비하고 있고, 이대로라면 외식 산업까지 연쇄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한국산 쌀, 일본 시장에 진입하다

최근 일본 온라인 쇼핑몰과 일부 고급 슈퍼마켓에서는 한국산 백미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경기미와 신동진 품종 등 한국의 고품질 쌀이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격이 아직 저렴하진 않지만, 일본 국산 프리미엄 쌀과 비교해 품질 차이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을사년에 나라를 빼앗긴 한국이 12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식탁에 쌀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단순한 상징 이상의 경제 구조 변화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쌀의 자급률을 무기처럼 내세우던 일본이 유통과 가격 정책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한국은 고품질 쌀의 수출 가능성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식탁 위의 정치, 민심의 경제

쌀은 단지 한 끼의 주식이 아닙니다. 국민의 분노와 신뢰가 교차하는 정치적 식재료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높은 자급률을 자랑하면서도 왜 유통망 하나로 식탁을 흔들리는 것일까요? 정부와 JA는 농가 보호라는 이름으로 비효율과 독점을 정당화해 온 것은 아닐까요? 비축미를 푼다며 국민을 안심시키기보다, 실제로 누구 손에 쌀이 닿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 한국의 쌀은 조용히 일본의 식탁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 3줄 요약

  • 일본은 2024년보다 쌀을 더 수확했지만, 유통 병목과 입찰 구조 때문에 쌀값이 폭등했습니다.
  • 일본농협(JA)은 비축미 대부분을 확보했으나 공급 지연과 불투명한 구조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 결과적으로 일부 일본 소비자들은 한국산 쌀을 찾아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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